지난해 여름 장마가 한창 심할 때 화장실에서 먼지다듬이벌레 한 두 마리 정도가 보이다가 나중에는 서랍, 주방 찬장, 침대 매트리스 등 안 나오는 곳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집이 벌레로 뒤덮인 느낌을 받아 바로 당장 원인과 퇴치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실행으로 옮겨봤습니다.
먼지다듬이
우선 먼지다듬이는 우리가 흔히 책벌레라고 부르는 곤충류입니다. 성충(다 자란 곤충)은 투명하고 8자 형태의 모습과 개미의 10분의 1만 한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유충(다 자라지 않은 곤충)은 마치 후춧가루와 같이 점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충들이 뭉쳐있는 곳 주변을 자세히 보시면 아주 작은 점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 이것들이 유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발생하는 원인
먼지다듬이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바로 습한 환경 때문입니다. 그래서 1년 중 가장 습한 시기인 여름에 알을 까는 등 번식을 가장 많이 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죠. 춥고 건조한 겨울에는 동면 상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때 동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깐 숨어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습한 환경뿐만 아니라 오래된 책, 외부에서 가지고 온 박스, 오래된 매트리스, 화분, 욕실 규조토 등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만약에 집안에 해당 물건들이 많다면 먼지다듬이가 번식하고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시도했던 퇴치 방법
개인적으로 먼지다듬이 카페와 벌레 관련 커뮤니티들을 통해 수많은 퇴치 방법들을 알아보고 시도해봤는데요. 아래는 제가 직접 시도했던 방법들입니다.
1. 약품
- 먼지다듬이를 처음 접하고 카페를 통해 벌레 약을 알아보시면 많은 분들이 다양한 약품을 추천해 주십니다. 로보킬, 비오킬 등 약품을 사용하시면 단기간에 죽이는 법으로는 분명 효과는 있습니다. 그리고 약품을 곳곳에 뿌려 놓으면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는 효과도 있고요. 단, 약품만으로 벽지 사이, 타일 사이, 서랍장 사이에 숨어서 알을 까고 있는 먼지다듬이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약품 한 개 정도 구비해두고 사용하시는 것은 좋으나 절대 약품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셀프 방역에 힘을 빼지 마시기 바랍니다.
2. 천연 스프레이
- 피톤치드, 계피 등 천연 스프레이로 방역을 하면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이 방법도 시도해봤는데 큰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탈취 및 세균 감소에 효과가 좋다고 하니 가끔 사용해도 집안에 해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3. 방역 업체
- 해충 방역 업체인 세스코에 연락을 하셔서 예약 신청을 하시면 전문가로부터 방문 진단을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상태와 견적을 받아 보기 위해 무료 진단을 받았었는데 전문가의 의견은 원룸 오피스텔인데도 불구하고 완전 박멸은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박멸할 수 있는 확률도 낮고 비용도 꽤 비싸서(원룸 오피스텔 기준 30~50만 원) 결국 무료 진단만 받고 방역 서비스는 포기했습니다.
4. 이사
- 세스코 전문가 분이 이사 갈 때도 분명히 옮겨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도 불구하는 저는 집안 모든 곳이 먼지다듬이로 뒤덮인 느낌을 받아 결국 이사를 선택했습니다. 이사 올 때 벌레가 옮겨온 것인지 이사 온 집에 원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사 오고 나서도 먼지다듬이가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론
먼지다듬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병원을 다니는 분이 계실 정도로 굉장히 힘든 싸움입니다. 남들은 작은 벌레 가지고 왜 그렇게 유난을 떠냐고 할 수도 있는데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신 분들은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지 절대 모르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사를 와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먼지다듬이에 익숙해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뱀을 무서워하던 사람이 훈련을 통해 뱀을 만질 수 있게 되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치료를 통해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먼지다듬이벌레를 모기나 날파리처럼 집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벌레로 취급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래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으로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 주시면 먼지다듬이를 최대한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벌레 퇴치 약품(종류나 브랜드 상관없음) 구비해두기
- 제습기로 내부 습도 적정 수준으로 맞춰주기
- 외부 습도(40%~50%) 낮을 때 자주 환기해주기
- 오래된 책, 박스, 화분, 욕실 규조토 등 물건 최대한 줄이기
- 청소(먼지 관리) 자주 하기
먼지다듬이를 박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퇴치할 수 없는 벌레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시거나 비용을 투자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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